우리가 귀신 보는 이유? 귀신을 ‘만들 수도’ 있다?

심령현상, 과학적으로 파헤친 말 말 말!

로봇으로 내 등 뒤의귀신 만들어보자


“재밌는 얘기 해 줄까? 장화홍련전은 진짜로 있었던 일이야. 조선 효종 때 전동흘이라는 사람이 철산 부사로 재직하면서 겪었던 일을 소설로 쓴 거거든. ……다시 말하자면 귀신은 진짜로 있다는 거야.”


 

그림 1.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SBS 드라마 <악귀> 포스터. 출처: BA 엔터테인먼트

SBS 드라마 《악귀》에는 악귀가 들린 여자와 귀신을 볼 줄 아는 민속학 교수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드라마에서 귀신 들린 사람들은 원인 모를 존재의 영향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이에 주인공 일행은그림자를 통해 악귀의 상태를 확인하고 거울에 비친 원혼과 만나 억울한 사연을 알아낸다.무더운 여름마다 찾아오는 공포 콘텐츠는 다양한 특수 효과를 활용해 귀신, 악마, 좀비, 초자연적 현상 등 기상천외한 ‘저세상’ 감각을 구현한다. 우리가 곧잘 이러한 콘텐츠에 몰입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현실에 종종 벌어지기 때문인지 모른다.


심령현상, 과학적으로 파헤친 말 말 말!
왜 사람들은 귀신을 볼까? 현재의 과학으로는 불빛 하나 없는 으슥한 시골길을 지날 귀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여러 방법으로 심령현상을 겪는 신체적·정신적 이유를 줄곧 탐색해 왔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원인은 뇌의 차이다. 환청을 듣거나 환영을 경험하는 것은 조현병 같은 의학적 질환과 관련된다. 로잔 연방테크놀러지 연구소의 올라프 블랑케 박사 및 제네바 대학병원 소속 신경학 전문가팀은 간질환자의 왼쪽 귀 인근에 있는 ‘왼쪽 측후두엽 접합점’에 부드러운 전기 자극을 주면, 환자가 자신을 몰래 지켜보는 ‘유령’의 존재를 느낀다고 네이처에 발표했다. 블랑케 박사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일부 조현병 환자들이 원인을 전혀 모른 채, 누군가 그들을 쫓아오고 있다고 망상증세를 보이는 까닭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 2. 누군가에게 보이는 유령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환각 같은 연구대상이다. 출처: Shutterstock

 

다만 귀신을 보는 현상이 꼭 정신질환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는 자신의 저서 『환각』(알마, 2013)에서 실명한 노인이 ‘축 늘어진 옷을 입고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았다고 증언한 사례를 전한다. 이 노인은 정신적으로 아주 건강했으며, 단지 ‘샤를 보네 증후군’을 겪고 있었을 뿐이다. 여기서 샤를 보네 증후군이란실명한 사람이 두뇌의 시각 경로 손상으로 생생한 시각적 환각을 경험하는 현상으로,시력이 나빠진 노인에게 저녁마다 환시가 보이는 게 주 증상이다.


잠자리에서 가위에 눌리거나 소위 ‘유체 이탈’을 겪는 현상은 의식이 또렷할 때와 렘수면 상태 사이에 벌어진 뇌의 혼선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2018년 《국제 응용 및 기초 의학 저널》에 실린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통 사람의 최소 8%,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약 30%가 일생 중 최소 한번은 야간 몽유병 증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처럼 뇌 병변이 없더라도 일시적인 뇌 활동의 변화로 환각을 볼수도 있다.

 

수술 도중에 마취제를 투여해 평소보다 긴장이 풀린 경험이 있는가? 마약이나 독버섯 같은 향정신성 약물도 신경 신호를 교란해 ‘헛것’을 보게 만든다.이 때문에 옛날 종교의식을 거행한 사제들이 신을 만나고 예언하기 위해, 마약이나 환각물질을 일부러 먹기도 했다.


인류의 생존본능이 존재하지 않는 귀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인류는 고대부터 굶주린 맹수에 쫓기고 좀만 방심해도 죽는 일이 허다했다.생사가 걸린 위험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인간은 일상에서 위험을 알려줄 다양한 단서를 감지하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다.네덜란드 라이던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마이클 반 엘크는 “고대 인류는 작은 부주의로도 목숨이 날아가는 야생에서 살아왔다”며 “사람들이 오랫동안 체득한 조심성과 생존본능이 귀신을 보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로봇으로 내 등 뒤의귀신 만들어보자
유령을 보는 원인이 뇌의 차이라고 발표했던 블랑케 박사는 심령현상을 구현한 실험을 2014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하기도 했다.그를 비롯한 스위스·일본·이스라엘 국제 연구팀은 뇌의 특정 감각을 생성하는 로봇 시스템을 활용한 실험을 설계했다. ‘실제로는 아무도 없는데도 누군가 근처에 있다는 이상한 느낌(feeling of a presence)’을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림 3. 연구팀이 앞뒤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되는로봇으로 유령을 느끼는 현상을 구현하고 있다. 출처: Current Biology


연구팀은 산악인이나 탐험가처럼 고립된 공간에 있는 사람이나 신경 질환을 앓는 사람이 종종 보고하는 이 현상을 신경학적으로 설명하고자,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한 적 없는 참가자 4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 앞뒤에 움직임이 동기화된 두 로봇을 배치했다. 눈을 가린 참가자가 앞쪽 로봇의 손잡이 부분을 앞뒤로 움직이면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막대기 모양의 로봇이 따라 움직이며 등을 찌르는 식이다. 참가자의 손동작에 맞추어 등 쪽 자극이 동시에 온다면, 이 행동은 참가자 본인이조작하는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연구팀은 두 로봇의 동기화에 약간의 지연을 줬다. 그러자 참가자는 ‘낯선 존재’를 느꼈다. 이들 중 3분의 1은 낯선 존재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보고했고, 어떤 이는 여러 명의 유령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보고에 대해 연구팀은 참가자가 팔 움직임과 그에 따른 피드백 사이에 시공간적 불일치가 발생할 때의 괴리를, 다른 사람이 자신의 등을 만지고 있다는 착각 경험을 생성함으로써 해소했다고 풀이했다.귀신은 어쩌면 자기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생성하는 뇌 메커니즘의 줄타기 사이에 발생한 존재일지 모른다.


귀신을 보는 이유를 밝힌 여러 연구는 뇌의 메커니즘에 주목하지만, 귀신을 봤다는 누군가의 고유한 믿음은 물리적인 자극만으로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본 것은 무엇일까? 귀신 너머로 보고 싶었던 다른 무언가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불가사의한 존재를 둘러싼 유구한 이야기를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하기보다 한 번쯤 그 이유에 깊이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글: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작성 2025.10.04 08:51 수정 2025.10.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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