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 마친 로봇이 스스로 사라진다

서울공대 재료공학부 강승균 교수팀

자기장 모드 전환으로 작동·수명 동시에 제어하는 소프트 로봇 소재 개발


자성 입자 활용해 로봇의 생애주기 원격제어 구현

좁은 배관·밀폐 공간·위험 지역서 원격 작동하는 로봇 소재 활용 전망

재료과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논문 게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재료공학부 강승균 교수 연구팀(한지은 박사과정생, 안현 박사과정생, 권민상 교수, 김상국 교수, 강승균 교수)이 자기장 모드 전환을 통해 로봇의 구동과 소멸을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자성 소프트 로봇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한지은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생, 안현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박통합과정생, 권민상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강승균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자성 나노입자가 포함된 실리콘 엘라스토머 복합체인 해당 소자는 자기장이라는 단일 자극만으로도 소프트 로봇의 움직임과 원하는 시점에 분해되는 기능을 모두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해당 소재가 직류(DC) 자기장*에서는 형태 변형과 구동을 구현할 수 있으며, 기가헤르츠(GHz) 대역의 교류(AC) 자기장*에서는 ‘강자성 공명 기반 자기열 효과’*를 통해 1초 이내에 200℃ 이상으로 국소 온도를 높이는 초고속 가열과 빠른 분해를 유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 직류(DC) 자기장: 방향과 세기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자기장
* 교류(AC) 자기장: 방향과 세기가 빠르게 바뀌는 자기장
* 강자성 공명 기반 자기열 효과: 특정 주파수의 자기장을 가했을 때 자성 입자가 강하게 반응하며 열을 내는 현상. 이를 이용하면 소재의 특정 부위만 매우 빠르게 가열할 수 있다.

이처럼 자기장만으로 작동과 수명 종료를 모두 제어하는 이 혁신적 소재는 단순한 자가소멸 소재를 넘어, 향후 차세대 소프트 로봇·보안형 전자소자·스마트 소재 산업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5월 11일 재료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 배경

최근 소프트 로봇, 스마트 전자소자, 일회성 센서 기술의 활용 범위가 의료·환경·탐사·보안 등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렵거나 장치를 회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는 스마트 소재의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로봇이나 전자소자에 외부 자극을 가해 안정적으로 구동시킨 다음, 기능을 종료하거나 장치를 분해시킬 수 있는 소재 기술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좁은 배관, 밀폐 공간, 위험 지역에서 사용되는 로봇과 전자소자가 임무 수행 후 현장에 남을 경우 잔여물, 오염, 장비 손상, 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자극 반응형 소재는 구동과 분해를 위해 서로 다른 자극이나 장치를 필요로 하므로 시스템이 복잡할 뿐 아니라, 소형화와 실제 환경에서의 적용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또한 자외선(UV)과 같은 광자극은 불투명하거나 두꺼운 구조체의 내부까지 도달하기 힘들었고, 열 자극은 표면 중심의 불균일한 가열과 느린 반응 속도로 인해 밀폐·차폐 환경에서 빠르고 균일한 분해를 유도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의 자극 체계 안에서 구동과 분해를 선택적으로 원격 제어하면서, 회수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치를 빠르게 작동시킬 수 있는 차세대 스마트 소재 기술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연구 성과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선 서울대 강승균 교수팀은 하나의 자성 복합소재에서 자기장 모드에 따라 구동과 소멸을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자성 실리콘 엘라스토머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Fe3O4(자철석)라는 자성 나노입자를 DC 자기장에서는 구동원으로, GHz 대역의 AC 자기장에서는 분해에 필요한 ‘강자성 공명 기반 자기열원’으로 각각 활용했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별도의 광자극이나 추가 열원 없이, 이중 모드의 자기장만으로 장치의 작동과 분해를 모두 구현했다. DC 자기장에서는 장치의 형태 변형과 소프트 액추에이션(Soft Actuation)*을 유도하고, AC 자기장에서는 ’강자성 공명 기반 자기열 효과‘에 의한 국소 가열을 통해 소재 분해를 유도하는 원리다.
* 소프트 액추에이션: 유연한 소재가 외부 자극에 반응해 움직이거나 형태를 바꾸는 구동 기술. 사람의 근육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의 핵심 원리로 활용된다.

특히 자성 나노입자의 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을 이용한 열 발생은 지구 자기장 세기의 수 배에서 수십 배 수준에 불과한 낮은 AC 자기장에서도 가능하며, 조건에 따라 초기에 온도가 1초당 약 1000℃씩 상승할 정도로 열 응답이 빠르다. 연구진은 실제 분해 실험을 통해 GHz 대역의 AC 자기장 조건에서 소재를 1초 이내에 200°C 이상으로 빠르게 가열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실리콘 엘라스토머가 신속히 분해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 자기공명: 자성 입자가 특정 주파수의 자기장에 강하게 반응하며 에너지를 흡수하는 현상. 흡수된 에너지는 열로 바뀌어 물질을 빠르게 가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분해 기능을 포함하면서도 460% 이상의 높은 연신율(Elongation at Break)*을 유지한 이 소재는 기계적 유연성과 내구성을 확보한 덕분에 실제 소프트 로봇 및 유연 액추에이터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 연신율: 재료가 끊어지기 전까지 늘어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460%의 연신율은 원래 길이의 약 5.6배까지 늘어날 수 있음을 뜻한다.

기대 효과

이번에 연구진이 자성 소재를 활용해 개발한 기술은 자기장으로 움직이고 필요 시 분해되는 소프트 로봇의 개념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단순히 자기장에 반응하는 로봇 소재를 넘어, 단일한 소재와 자극원만으로 작동과 수명 종료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이 소재는 로봇 및 전자소자의 전 생애주기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원격 구동, 수명 제어, 시스템 단순화의 과제를 모두 달성한 이 자성 실리콘 엘라스토머는 기존의 UV 기반 자가소멸 소재 대신에 배관, 좁은 통로, 차폐 구조 내부 등에서 사용되는 소프트 로봇의 소재로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막힌 파이프로 진입해 청소한 뒤 스스로 사라지는 로봇, 탐사 후 회수가 필요 없는 소프트 로봇 등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해당 기술은 선택적 LED 스위치와 같은 일시적 전자소자에 응용돼, 임무 후 흔적을 최소화하는 보안형 전자소자나 임무 후 소멸하는 로봇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연구진 의견

강승균 교수는 “소프트 로봇의 구동과 소멸을 자기장으로 통합 제어하는 자성 엘라스토머를 개발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며 “회수가 어려운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차세대 소프트 로봇 및 보안형 전자소자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진 진로

본 연구의 주저자인 한지은 박사과정생은 현재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 재학 중이며, 생분해성 전자소자 분야의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을 준비 중이다.

참고자료

- 출처: Han, Jieun et al. Dual-Mode Magnetic Elastomer for On-Demand Motion and Degradation.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2026).
- DOI:http://doi.org/10.1002/adfm.75790

웹사이트:https://eng.snu.ac.kr/


 

작성 2026.06.08 07:22 수정 2026.06.0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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